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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각보다 수위가 높아서 진짜 깜짝 놀랐다. 지난주 개봉한 <샤잠!>과 딱 반대 노선을 걷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. <샤잠!>이 유쾌함의 탈을 쓴 유치함이라면, <헬보이>는 유쾌함의 탈을 쓴 잔인함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. 영화를 보기 전 헬보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.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만들었던 <헬보이>(2004)와 <헬보이 2: 골든 아미>(2008)도 전혀 보지 않았었는데, 이번 <헬보이>는 전작들과 연관 없는 리부트 작품이라 했기에 낮은 진입 장벽을 벗 삼아 별생각없이 예매를 했다. 



영화는 시리즈의 첫 편임에도 인물이나 시대 배경을 설명하는 데에 큰 비중을 두지는 않는다. 물론 시작부터 중간중간 이건 이렇다 저건 저렇다 이야기가 첨가되어 있지만 아주 지긋할 정도로 꼼꼼한 부분은 없다. 캐릭터 자체부터 쿨내가 진동하기 때문에 적절히 넘어가다 보면 큰 어려움 없이 내용의 가닥을 잡을 수 있다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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사실 별 내용은 없다. 어떤 영화든 중반부 정도에 도달하면 그래도 뭉텅이가 잡히기 마련인데, 이 작품은 그런 게 없다. 초반부터 거대한 스케일을 그리며 나중에의 등장에 기대감을 품게 했던 ‘니무에’는 그 기대치를 지하로 처박는다. 악역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고꾸라져버리니 주인공인 헬보이의 활약도 딱히 와닿지 않는다. 존재에 대한 고뇌도 얕디 얕다. 간간이 껴드는 음악은 혼란만 가중시키며, 



액션씬 역시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없는 투박함 범벅이다. 후반부로 갈수록 개연성도 대놓고 후루룩 말아먹는다. 이런 얼렁뚱땅함이 <헬보이>라는 작품이 가진 고유의 특성인가 싶다가도 그걸 느낄 만한 틈을 영화는 주지 않는다. 필요 이상으로 잔인하기 때문이다.

문득 <데드풀> 시리즈가 생각나기도 하지만, <데드풀>이 결이 다른 히어로적 특성에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자유분방함, 그리고 특유의 유머를 적절히 혼합해 잔인함을 잘 상쇄시키는 데 반해 <헬보이>는 주인공의 매력을 유쾌하게 그려냈다고 할 수도 없고 스토리가 탄탄한 것도 아니며 조연이나 악역을 기똥차게 쓴 것도 아닌 그저 잔인함과 끔찍함, 징그러움의 전시회를 탄생시킨 느낌이 다분하다. 



이런 밸런스 조절의 실패가 희망적 상징의 헬보이를 절망의 나락으로 자빠뜨리는 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. 쿠키 영상 2개까지 전부 보고 나왔지만 후속편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첫 편 목록에 들어가는 영화들 중 하나가 될 것 같다. 나중에 델 토로 감독의 <헬보이> 시리즈나 차근차근 만나봐야겠다.